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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의 기록 — 아빠의 아이 목욕
시작하며
큐이의 새로운 컨텐츠, '큐이 스토리'.
제목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아빠가 딸아이를 키우면서 든 생각이나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쓸 이야기는 — 아빠가 하는 아이의 목욕이다.
── ✦ ──
처음 목욕의 기억
아이가 우리 집에 온 날부터, 목욕은 내가 전담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내는 출산 후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작은 아이라도 물에 담갔다 빼고, 물기를 닦아주고, 로션을 발라주는 일이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안 그래도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며 지쳐있는데 목욕까지 맡기기엔 미안했다. 그나마 체력이 멀쩡하고 힘이 더 좋은 내가 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리 얘기하자면, 이 선택은 지금까지도 후회가 없다.
처음 목욕을 시킬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2.34kg의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는 잘못 닿으면 부러질 것 같이 약하고 작았다. 잘못 건드렸다가 다치면 어쩌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조리원에서 목욕 교육을 따로 듣지 못했던 터라,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씻기는 방법을 익혔다.
영상 속 아기들은 어찌나 얌전히 씻기는지.
우리 아이도 저럴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손 위치를 외우던 내가 꽤 우스웠다.
머리를 받치고, 혹여나 귓속에 물이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게 얼굴을 씻어주고. 몸도 못 가누는 작은 아기를 아기 욕조에 담가 팔다리를 씻어주고. 수건에 감싸서 물기를 닦아주던 그 기억.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 ──
성장이 녹아든 시간
미숙하고 어렵기만 했던 처음은 어느새 지나고, 점점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아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물을 끼얹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재밌는 건, 아이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 머리를 계속 받치지 않아도 됐다. 허리에 힘이 생기면서 상체를 잡고 있던 손도 놓을 수 있게 됐다.
두 다리에 힘이 생겨 욕조에서 번쩍 일어날 때는 — 혹시나 넘어질까 봐 아찔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 이 아이가 이제 설 수 있구나, 하는 감정이 물과 함께 밀려왔다.
매일 보는데도 불쑥불쑥 자라 있는 아이를 보면 그게 참 신기하다.
목욕을 시키는 과정 안에, 아이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 ──
16개월, 지금
야근하거나 출장을 가는 날이 아니고서는, 매일 내가 씻겨왔다. 그렇게 시간이 1년을 훌쩍 넘어 16개월을 바라보게 되었다.
2.34kg이던 몸무게는 어느새 11kg 가까이 됐다.
목욕 순서와 루틴은 같지만, 그 안에서의 상호작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아빠 손에 끌려다니던 아이가, 이제는 나가자고 하면 싫다고 손을 흔들며 "아니"라고 말한다.
물장난이 재밌는 건지, 따뜻한 물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 아빠 입장에선 그 "아니"가 귀여워서 한참을 더 놀아주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또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은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다니. 감개무량하고, 큰 탈 없이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 ✦ ──
목욕이 소중한 이유
처음에 얘기했지만, 나는 목욕을 전담한 것에 정말 1도 후회가 없다. 너무 잘했다는 생각만 든다.
육아휴직이나 전담 육아를 하지 않은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저녁 먹고, 목욕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자리에 들어간다.
하루 중 아이와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매일 느낀다.
함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 목욕 시간은 정말 귀중하다.
단둘이서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상호작용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목욕을 마치고 밖에 나오면 또 하나의 루틴이 시작된다.
로션을 발라주면서 미리 만들어둔 놀이를 보여주면,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
그 웃음소리가 좁은 욕실 밖까지 퍼질 때면, 하루의 피로가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이 시간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딸아이다 보니,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인 만큼, 지금 이 순간의 목욕 시간에 더 집중하며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는 것. 그걸 더 소중히 여기며 지내야겠다.
── ✦ ──
마치며
목욕이라는 건 결국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아이를 씻기는 시간.
그런데 그 반복 안에 아이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머리를 받쳐줘야 했던 날들이 있었고, 혼자 앉아 물장구를 치는 날이 왔고, 이제는 나가기 싫다고 고개를 젓는 날까지.
돌이켜보면, 매일 똑같은 루틴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하루도 같은 적이 없었다.
언젠가 이 시간이 끝나는 날이 올 것이다. 아이가 혼자 씻겠다고 하는 날.
아빠 손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날. 그날이 오면 아마 조금은 허전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매일 저녁 그 작은 욕실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어딘가에 남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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