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우리 아이 배우자의 필수 조건 | 기록하는 아빠의 이야기
결국 남는 건 ‘대화’였어요

딸이 이제 15개월인데, 벌써 “배우자”를 떠올리는 게 너무 이르지 않나 싶기도 했어요.
아직은 까꿍을 좋아하고, 아기상어를 들으면 반짝 웃고, “예”라는 마지막 음절을 따라 하며 세상을 배우는 시기니까요.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주제를 받으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같이 올라오더라고요. 아빠 마음이란 게 그렇잖아요.
생각만 하면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술·담배·도박 같은 건 멀리하고,
우리 딸에게 잘하고, 우리 가족에게도 잘하고,
나아가 양가 부모님께도 믿음직하고
적다 보면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채용 공고가 되겠죠.
그래서 저는 빨리 포기했습니다.
그 많은 바람은 어차피 내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우리 딸의 인생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필수 조건’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이상하게도 아주 단순한 한 단어로 정리됐어요.
대화.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은, 결국 같이 살아지는 사람

우리 아이 배우자의 필수 조건을 생각하다 보니
결국 제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아내와 알고 지낸 지는 18년,
연애로만 보면 13년, 결혼은 이제 4년 차예요.
시간만 보면 꽤 오래 함께 온 셈이죠.
그 긴 시간 동안 연애가 이어지고, 결혼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우린 대화를 많이 했다.
친구였을 때는 대화가 잘 통하는 게 좋았고,
연애할 때는 불편한 상황이나 아쉬운 순간이 생기기 전에
“나는 이렇게 느꼈어”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갈등이라는 건 사실
‘큰 사건’에서 생긴다기보다
‘작게 쌓인 오해’에서 터지잖아요.
우리는 그 작은 오해가 쌓이기 전에
대화로 풀 수 있는 편이었고,
그래서 연애 때 싸운 기억이 거의 없어요.
결혼은 ‘둘이 마주 보는 일’에서 ‘같은 방향을 보는 일’로 바뀌더라

결혼하고 나서는 대화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연애 때는 서로만 바라보면 됐다면,
결혼은 같은 편이 되어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가는 일이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대화의 주제가 확 늘어나요.
양가 부모님 이야기,
우리 집의 생활 방식,
돈과 시간,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 양육 이야기까지.
대화가 없으면
‘각자 열심히 하는데도’ 엇갈리는 일이 생깁니다.
한 사람은 “이게 최선이야”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왜 나를 고려하지 않았지?”라고 느끼고요.
그 차이를 줄여주는 건
결국 설명이고, 확인이고, 조율이고
그 모든 것의 이름이 대화였습니다.
사람은 변한다. 그래서 더 대화가 필요하다

저는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엄청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몰라요.
관심사가 바뀌고,
지키고 싶은 가치가 달라지고,
살다 보면 어떤 시기에는 예민해지고,
어떤 시기에는 무기력해지기도 하고요.
그 변화가 ‘틀어짐’이 되지 않게 만드는 건
다시 방향을 맞추는 일인데,
그때 필요한 것도 결국 대화라고 생각해요.
대화는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같은 팀이 되기 위한 장치에 가까웠어요.
“너 왜 그래?”가 아니라
“요즘 너는 어떻게 지내?”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
“나만 힘들어?”가 아니라
”를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우리 딸과 함께라면,
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딸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니까

저는 최종적으로 우리 딸의 행복을 바라는 아빠로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려고 해요.
그저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
많이 이야기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점은 같이 풀어가고,
좋았던 점은 같이 나누고,
좋았던 날의 빈도를 조금씩 늘려가면서요.
그 과정에 제가 가끔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게 제 작은 욕심입니다.
언젠가 우리 딸이 커서
자기 삶을 선택할 때,
그 선택의 기준에 이런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과는, 어떤 날이든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겠다.”
🧵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Quee
“요즘 너는 어떻게 지내?
“우리 어디부터 다시 맞춰볼까?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기록하는 아빠 '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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