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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것

FaTrio 2026. 4. 21. 07:19
📓 기록하는 아빠의 이야기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 큐이의 기록 —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것

 
RECORD 01

자는 얼굴을 보면서

안녕하세요, 큐이입니다.

아이가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있어요.

 

낮에는 쉴 새 없이 뛰어다니다가도, 밤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얼굴이 되거든요.

 

이마를 쓸어내리다 보면 가끔 생각에 빠집니다.

외모야 유전이 정하는 거지만, 살아가는 태도는 그렇지 않잖아요.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게 될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더니,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졌어요.

아내에게서 딸이 닮았으면 하는 게 뭘까.

아내에게 정말 많은 장점이 있지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두 가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 ✦ ──

 

RECORD 02

정해진 길을 걸어본 적이 없는 사람

첫 번째는 아내의 도전정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확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요.

 

그냥 아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 보통 사람들의 경로와 많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나이만 알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대충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초중고-대학-취업이라는 루트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그 루트 위에 서 있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시작했어요.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그걸 현실로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아내가 한 일은 — 콜드메일이었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고 후원 의지가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직접 메일을 보낸 겁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저는 냉소에 가까운 반응을 했어요.

"그 사람이 뭘 믿고 그렇게 큰 돈을 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서 후원을 받겠다니.

 

제가 아는 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그 돈을 받았습니다.

 

꽤 큰 금액이었어요.

 

── ✦ ──

 

RECORD 03

충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는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게 아니었어요.

 

관심 있던 분야의 교육을 듣고, 그 대표님에게 직접 연락해서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함께 일하게 됐고, 그분 밑에서 하나씩 배워가며 커리어를 만들어갔어요.

저는 또 같은 반응을 했습니다.

"자기가 가진 노하우를 다 알려주면서 같이 일할 이유가 뭐야?"

의심이었어요.

 

세상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실제로 그렇게 일을 시작했고,

 

실제로 많은 것을 배웠고,

 

실제로 원하는 일을 해냈습니다.

두 번 연속 빗나간 건 아내의 판단이 아니라 저의 예측이었어요.

 

── ✦ ──

 

RECORD 04

내가 아는 세상은 전부가 아니었다

기록 메모

아내는 제가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한 일을 두 번 다 해냈습니다.

오래 생각했어요.

그건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게 아니라,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가 좁았다는 뜻이었어요.

사회가 깔아놓은 큰 도로만이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그 옆에 있는 작은 오솔길을 직접 만들어서 걸어갔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누가 보증해준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자기 방식대로.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안 되면 어쩌지"보다 "해보면 되지"로 생각이 옮겨가기 시작했어요.

 

아내가 보여준 세상은 제가 알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그 넓이를 알게 된 건 전부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딸에게도 같은 바람이 생겼어요.

 

남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

 

큰 도로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만의 오솔길을 찾아 걸어가는 아이가 됐으면.

 

── ✦ ──

 

RECORD 05

오래 함께해서 몰랐던 것

두 번째는 관계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건 사실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내와 연애도 오래 했고,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본 게 아니라 우리의 방식이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거든요.

제 삶에는 기저에 깔린 가치관이 하나 있습니다. 기브앤테이크.

 

다만 저만의 해석이 좀 붙어 있어요.

내가 준 것에 대해서는 잊어도 괜찮다. 상대가 갚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뱉은 말에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아내도 이 부분에서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었어요.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이 닮아간 건지, 원래 비슷했던 건지 — 지금으로서는 구분이 안 되지만, 어쨌든 우리 부부에게는 이게 일상의 바탕이었습니다.

 

── ✦ ──

 

RECORD 06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데 이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였어요.

가까운 사이에서 오히려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관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 관계.

 

편하다는 이유로 무심해지는 관계.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듣다 보니,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은 꽤 귀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히려 아내에게 더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편하게 대하는 건 맞지만, 그만큼 더 조심하는 마음을 갖는 것.

 

이건 제가 아내에게서 배운 것이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오랜 시간 만들어온 것이기도 해요.

편한 사이라고 해서 대충 대하는 게 아니라,

 

편한 사이이기 때문에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

 

아내와 제가 그래왔듯이, 딸도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 ✦ ──

 

RECORD 07

가르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자주 생각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콜드메일을 보내는 법을 딸에게 알려줄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기브앤테이크라는 단어를 설명해줄 일도 없겠죠.

하지만 엄마가 자기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

 

가까운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모습.

 

그런 건 가르치지 않아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스며드는 게 아닐까요.

아이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의 삶을 닮는다고 하잖아요.

아내가 닮았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를 적다 보니,

 

결국 제 삶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딸에게도 전해지려면, 저도 그만큼의 삶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닮았으면 하는 건 아내의 모습이었는데,

 

돌아온 질문은 —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였습니다.

🧵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큐이.

오늘의 기록
여러분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닮았으면 하는 면모를 발견한 적이 있나요?
그건 어떤 순간에 보이게 됐나요?
혹시 그걸 발견한 뒤로, 자기 자신도 조금 달라졌나요?
답을 적어도 좋고, 마음속으로만 떠올려도 괜찮아요.

큐이의 기록 메모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기록하는 아빠 '큐이'

질문과 기록으로 순간의 의미를 오래 남기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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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빠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대화,
Fatrio
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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