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 큐이의 기록 — 자는 아이를 바라본 5분
엎드린 등과 왼쪽 엄지
아이가 침대 위에서 낮잠을 잔다.
엎드려서. 그리고 왼쪽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고.
언제부터 이 자세가 고정된 건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이제는 낮잠이든 밤잠이든 거의 같은 그림이다. 오른손은 늘 머리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왼손의 엄지 하나만 입 안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쩝, 쩝, 하고 아주 작은 소리가 나고, 그 사이사이 숨소리가 끼어든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방 안 불을 낮추고 침대에 내려놓았다.
이불을 다리 위쪽까지만 덮어주고, 손바닥으로 등을 한 번 쓸어주고, 자리를 뜨려다가 — 그대로 침대 옆에 앉았다.
방을 나가도 별 문제 없을 텐데, 오늘따라 그냥 옆에 앉고 싶었다.
아이가 안전하게 자고 있는 모습 자체가,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장면이기도 하니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 아이가 벌써 이만큼 컸구나.
처음 만났을 때는 팔뚝만 했다. 몸무게 2.34kg. 한 손에 머리가 다 들어왔다.
품에 안으면 목이 뒤로 꺾일까 봐 매 순간 손을 받치고 있어야 했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을 때마다 숨을 참았다.
그런데 지금은 엎드린 등의 폭이 내 손바닥 두 개를 붙여놓은 것보다 넓어졌고, 다리는 침대 아래쪽으로 꽤 뻗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끝이 저만큼 오지 못했던 것 같은데 — 언제 또 이렇게 자랐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다.
매일 보는데도, 매일 안아보는데도, 자라는 모습은 잘 안 보인다.
어느 날 문득 사진첩을 넘기다가, 혹은 지금처럼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 갑자기 "아, 이만큼 컸네" 하고 실감이 온다.
아이의 성장은 매일 눈에 보일 만큼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가 미처 세지 못하는 사이에 한 칸씩 조용히 쌓이는 종류의 변화인 것 같다.
쌓이고 나서야, 지나고 나서야 "어, 이만큼이었네" 하고 알게 되는.
깨어 있을 때는 움직임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던 것들이, 잘 때에야 한눈에 들어온다.
이 순간이 오래 가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엄지손가락을 빠는 건 올해가 지나면 점점 줄어들 거고, 엎드려 자는 자세도 언젠가는 바뀔 거다.
내 손바닥 두 개짜리 등은 어느 날 갑자기 내 등보다 넓어져 있을 거고, 지금은 침대 위에 한 덩어리로 쏙 들어가는 몸이 어느새 침대 끝에 발을 걸치고 자게 되겠지.
이미 지나간 것들도 떠오른다.
목을 가누지 못해서 항상 손으로 받쳐야 했던 시기는 어느새 지나갔다.
안아 올리면 온몸이 폭 안기던 시기도 지나갔다.
안겨 있다가 갑자기 눈을 맞추고 웃어주던 아주 어린 시기 — 그것도 지나갔다.
그때는 "이 시기가 지나면 아쉽겠지" 하면서도, 매일매일의 피곤함에 가려져 그냥 놓치고 흘려보낸 장면이 많았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 뭐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그때 그랬었지." 딱 그 정도로만 남아 있다.
이런 건 늘 지나간 뒤에야 온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들여다본다.
한 번 더 보고, 손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쓸어준다.
잠귀가 밝아서 깰까 봐 손은 최대한 가볍게, 머리카락 끝만 살짝 스치는 정도로.
쓸어주면서 속으로 하나씩 세어본다. 오늘의 머리카락 굵기는 이만큼이구나. 정수리 크기는 이만큼이구나.
그리고 뒤통수에 두 개 나란히 박힌 쌍가마 — 커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쌍가마는, 오늘도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이 아이가 자라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들 중 하나라는 사실이, 괜히 반갑다.
지금 이 장면이 사라지기 전에, 내 안에 한 번 더 새겨두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본다는 건, 이 순간이 지나갈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5분 정도가 흘렀다.
아이는 여전히 엎드려 있고, 엄지는 여전히 입 안에 있고, 오른손은 여전히 머리 옆에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5분이지만 — 나한테는 꽤 꽉 찬 시간이었다.
5분 동안 휴대폰을 안 봤다.
다른 방에서 기다리는 설거지, 미뤄둔 서류, 답장해야 할 문자들도 잠시 내려놨다.
그 할 일들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 5분만큼은 그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뭘 이루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냥 보기 위한 시간이었다는 것.
기록할 만한 성과가 남지 않는, 아무 생산성도 없는 시간이었다는 것.
방을 나오면서 작게 생각했다.
오늘의 이 장면도, 언젠가는 "그때 그랬었지"가 되겠구나.
그걸 알아서, 오늘도 한 번 더 봤다.
한 번 더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오늘 내 몫의 기록은 다 한 것 같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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