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이가 태어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사실 저는 이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빨리 나오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거창한 계획도, 선명한 로망도 없었거든요.
그냥 일상이 공유되고, 앞으로의 삶이 좀 더 다채로워지겠구나.
그 정도의 막연한 기대만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하고 싶은 것’들이 또렷해지더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다”기보다, “언젠가 가능해질 장면들”이 하나씩 마음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아이는 까꿍을 여전히 좋아하고, 아기상어 노래도 좋아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예”로 끝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따라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아직은 어설픈 발음인데도 그게 또 포인트예요. 한 글자씩 말해주면 따라하려고 입술을 모으고 혀를 굴리는 그 표정이, 하루의 피로를 순식간에 바꿔놓습니다.
물론 귀여움만 있는 건 아니죠.
이제 고집이 생겨서 키우기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 고집 때문에 힘든데도, 그 모습들 때문에 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버거움과 사랑이 같은 날에 같이 오는 것. 아마 부모 마음이란 그런 건가 봐요.
이런 일상들 사이에서, 제가 아이와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첫 번째는, 테이블 위의 세계
제가 보드게임을 좋아해요.
디지털 시대에 일부러 오프라인으로 모여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 표정과 감정을 주고받는 그 시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구들이랑 여행을 갈 때도 보드게임을 한두 개씩 사오곤 했습니다.
벽면 가득 진열한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방 한쪽에 눈에 띄게 쌓여 있는 정도는 돼요.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보드게임 좋아합니다”라고 말해도 민망하지 않을 만큼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아이랑 함께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아직은 돌이 막 지난 상태라서, “같이 보드게임을 한다”는 게 바로 가능하진 않아요.
하지만 아이는 정말 빠르게 발달하잖아요. 어제 못 하던 걸 오늘 하고, 오늘 못 하던 걸 다음 주에 해내는 속도요.
그래서 저는 요즘 보드게임을 ‘지금’ 하려고 하기보다,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믿고” 사두는 마음으로 두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집 테이블 위에,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카드를 들고 규칙을 이해하려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요.

── ✦ ──
두 번째는, 거실에서 하는 가족 게임
보드게임이 테이블 위의 세계라면, 가족 게임은 거실의 세계 같아요.
닌텐도 같은 가족 게임들은 다 같이 웃으면서 하기 좋잖아요.
조작이 어렵지 않고, 누가 이기든 분위기가 망가지지 않고, 무엇보다 “함께 한다”는 경험 자체가 중심이 되니까요.
저는 그런 장면이 기대돼요.
가족끼리 같은 화면을 보면서, 같은 순간에 웃고, 같은 순간에 아쉬워하는 것. 그리고 게임이 끝난 뒤에도 그 장면이 우리끼리의 농담처럼 남는 것.
물론 여기에도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게임을 좋아할지, 싫어할지 아직 모른다는 것.
하지만 부모라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확률을 따지기보다 기대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 ‘좋아하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요.
── ✦ ──
세 번째는, 노래방이라는 작은 방
저는 노래를 잘하진 못합니다.
그런데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해요.
학생 때도 시간이 비면 혼자 다녀오곤 했고, 스트레스가 꽉 찼을 때도 노래방에서 마음껏 부르고 나오면 이상하게 머리가 좀 맑아지더라고요.
혼자 가도 충분히 즐기는 편인데, 아이와 함께 가는 노래방은 완전히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부르고, 아이의 목소리로 그 노래가 채워지는 순간을 상상하면, 그건 그냥 취미가 아니라 기억이 될 것 같거든요.
요즘 “예”를 따라하는 아이를 보면, 언젠가 노래방에서 마지막 후렴을 따라 부르려고 애쓰는 장면이 겹쳐 보이기도 해요. 어설픈 발음으로도 끝까지 따라가려는 그 고집. 힘든 날엔 그 고집이 버겁고, 좋은 날엔 그 고집이 그렇게 사랑스럽습니다.

── ✦ ──
마지막은, 둘이서 떠나는 여행
마지막으로는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우리 아기는 엄마 껌딱지에 가까운 모드라서요. 제가 혼자 데리고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요.
딸아이다 보니,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엄마보다 더 빠르게 저를 멀리할지도 모른다고요.
그래서 더더욱, 그 전에라도 단둘만의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여행지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들을 같이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나쯤 만들고요.
그러려면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아빠’가 아니라, 여행을 ‘함께 가고 싶은 아빠’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
그 모습이 되도록, 저는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 ✦ ──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사람이, 버킷리스트를 만든 이유
🤔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사람이, 버킷리스트를 만든 이유
처음엔 분명히 뚜렷한 게 없었습니다.
‘그냥 일상을 나누며 살게 되겠구나’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예요.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장면들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자꾸 마음속에 쌓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생각했어요.
이건 그냥 상상으로 흘려보내기엔 아깝다. 버킷리스트처럼 정리해두고, 하나씩 체크해가며 살아봐야겠다.
아이는 지금도 매일 자라지만, 부모도 사실 매일 자라야 하잖아요.
어쩌면 이 리스트는 아이를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제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또 요즘 여러분의 아이는 어떤 걸 반복해서 좋아하나요.
까꿍 같은 놀이일 수도 있고, 특정 노래의 한 소절일 수도 있고, 어설픈 발음으로 따라 하는 한 글자일 수도 있겠죠.
그런 작은 습관이 왜 그렇게 귀엽게 느껴지는지, 여러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오늘도 까꿍을 하다가 웃고, 아기상어의 마지막 “예”를 따라 하다가 웃고, 고집 때문에 한 번 버거웠다가도 결국 다시 웃게 되는 하루 속에서요. 언젠가 이 버킷리스트의 장면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면, 그때는 또 어떤 마음이 될까요.

🧵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큐이
오늘의 기록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기록하는 아빠 '큐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출산·육아 지원정책] 알고 받으면 든든하다(1탄) | 예비 아빠가 알아야 할 것들 (0) | 2026.02.19 |
|---|---|
| 아빠의 솔직한 고백 | 아빠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0) | 2026.02.19 |
| 아직 만나지 못한 딸과, 벌써 하고 싶은 일들 (0) | 2026.02.04 |
| 아이와 야구장 가는 상상 | 한화이글스 예비 아빠의 육아 꿈 (0) | 2026.02.04 |
| [번역] 가족이 함께 걷는 시간 | 10분 산책이 만드는 특별한 전통 (0) | 2026.02.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