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매년 한 번, 우리 집에 리셋 버튼을 눌러두는 날
기념일을 만들어보라니, 재밌어 보이면서도 조금 겁이 났어요.
기념일이라고 하면 당장 떠오르는 건 생일, 명절, 결혼기념일 같은 “이미 정해진 날”들이잖아요. 굳이 또 하나를 만들면… 너무 거창해지는 건 아닐까. 준비하다 지치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날이 하나 있으면, 가족이 더 끈끈해질 수도 있겠다.
“우리 집은 이런 걸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전통 하나가 생기면, 시간이 지나도 그게 가족을 붙잡아주는 실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기념일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은 이거였어요.

── ✦ ──
1년에 한 번이면, 오래 갈 수 있겠다
처음엔 주기를 놓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매주? 매월? 매분기? 반기? 매년?
“매달 한 번이면 가족이 더 자주 연결되겠지.”
“분기마다 한 번이면 그럴듯하겠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동시에 떠오른 단어가 있었습니다.
지속 가능성.
저는 이 기념일이 ‘올해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고 아이가 커도… 가능하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론은 단순해졌습니다.
1년에 한 번.
딱 그 정도가 좋겠다고요.
그리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 ──
리셋데이: 마음을 다시 정렬하는 날
리셋 버튼을 누르는 날.
1년에 한 번, 우리 가족의 마음을 다시 정렬하는 날.
새해가 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잖아요.
그걸 “가족 행사”로 조금 더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타이밍도 참 좋았어요.
우리 결혼기념일이 2023년 1월 8일(일요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가 1월 첫째 주 일요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상상해봤습니다.
연말은 각자 알아서 보내고,
1월 첫째 주에는 우리 집으로 오라는 느낌.
‘한 해의 시작’을 우리 가족의 리듬으로 묶는 날.
그게 리셋데이가 되면 좋겠다고요.
── ✦ ──
리셋데이는 딱 두 가지로만 굴린다
이 기념일의 중심은 단순하게 두 가지로 잡았습니다.
작년 회고
올해 목표 정하기
이 두 가지만 잘 굴러가도, 리셋데이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 ──
회고와 목표: 사소해도 괜찮은 이야기들
1) 작년 회고: 베스트 1개, 아쉬움 1개, 고마움 1개
회고는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거창한 성과 말고, 정말 사소한 것도 괜찮게.
베스트 1개
“산책하는 시간이 늘었다.”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그때 우리 셋이 같이 웃었던 날이 기억난다.”
아쉬움 1개
“하기로 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
“바빴다는 이유로 자주 미뤘다.”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이 있어요.
가족 중 한 사람에게 고마웠던 순간 하나.
이게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민망해도, 말하고 나면 관계가 한 칸 더 가까워지는 느낌.
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이상해서, ‘아는 사이’인데도
막상 마음을 말하는 건 어색하잖아요.
그 어색함을 기념일이라는 장치로 살짝 밀어주는 거죠.
2) 올해 목표: 가족 1개, 개인 1개
두 번째는 목표를 정하는 시간이에요.
여기서도 핵심은 “지속 가능성”입니다.
가족 목표 1개
“올해 봄에 1박 가족여행 가기.”
“다 같이 할 수 있는 운동 하나 정해보기.”
“조심해야 할 생활습관 하나 같이 지키기.”
개인 목표 1개
“책 5권 읽기.”
“악기 배우기.”
“나에게 필요한 루틴 하나 만들기.”
가족은 같이 사는 팀이지만,
각자도 또 각자의 삶을 살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 목표 + 개인 목표’ 조합이 균형이 좋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여기서 욕심이 조금 더 생깁니다.
올해의 단어 1개.
성장, 회복, 도전… 같은 단어를 하나 정해두면
완벽한 계획 대신 “우리 올해는 이런 결로 살자” 같은 분위기가 생기거든요.
가족 사진 1장.
각자 한 장씩 골라서 공유하고, 그중에서 “올해의 가족 사진” 한 장을 고르는 거예요.
마지막은 이걸로 끝내고 싶습니다.
리셋데이 당일의 가족 사진 한 장.
매년 같은 구도면 더 좋고요.
심지어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도 생각해봤어요.
한 장의 사진이 시간을 묶어주는 힘이 있거든요.

── ✦ ──
간소하게, 하지만 계속
적다 보니 꽤 거창해 보이긴 해요.
그런데 제가 진짜로 원하는 건 거창함이 아니라… 지속이에요.
리셋데이가 매년 이어지면,
우리 가족의 마음에도 “돌아갈 자리”가 생길 것 같거든요.
살다 보면 관계도, 마음도, 생활도 흐트러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1월 첫째 주에 “우리 리셋데이 하자”라는 말 한마디가
다시 묶어주는 매듭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런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처음엔 민망해서 웃고,
어색해서 장난치고,
그래도 한마디씩 꺼내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이야기가 나오고,
그게 우리 가족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주는 날.
정답은 없지만, 리셋은 가능합니다.
완벽하게 바꾸는 게 아니라, 다시 굴러가게 만드는 것.
우리 가족은 매년 한 번,
그 버튼을 누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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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아빠 '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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