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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 기획노동을 아시나요 | 기록하는 아빠의 이야기

FaTrio 2026. 4. 3. 15:35
📓 기록하는 아빠의 이야기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큐이의 기록 — 기획노동

 

 
RECORD 01

시작하며

큐이 스토리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육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쓰려 한다. '기획노동', 혹은 '멘탈로드'라고 불리는 것.

육아는 체력도 힘들지만, 머릿속 백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일이 더 지치게 한다. 밥은 뭘 먹일지, 옷은 뭘 입힐지, 내일 일정은 어떤지. 눈에 보이는 행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판단과 조율. 거기에서 진짜 불균형이 생긴다.

📌 일상을 살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육아를 하면서 이 '기획노동'이라는 게 더 크게 와닿았다.

 

── ✦ ──

 

RECORD 02

나의 착각

처음의 나는 — 지금도 아닐 수 있지만 — 나름대로 육아 기여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아이 때문에 못하고 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이와 최대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을 내가 할 수도 있지만, 아내가 직접 하는 걸 더 선호해서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쪽을 택했다.

목욕 시키고, 잘 준비까지 내가 했다. 재우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요즘은 잘 때 항상 엄마를 찾는다.

사실상 내가 재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면 남은 집안일은 내 몫이었다. 설거지, 아이 빨래, 집 정리.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그래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크나큰 맹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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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03

맹점

📌 육아 '실행'에 대한 참여는 했을지 몰라도, 육아 '기획'에 대한 기여는 없다시피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아이의 밥을 내가 준비한다고 해도, 뭘 먹이면 되는지 아내에게 물어봤다.

밥을 한다고 해도, 어떤 걸 하면 되는지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옷을 입힐 때도, 외출할 때 오늘은 뭘 입힐지 물어봤다.

외출 가방을 챙길 때도 뭘 넣으면 되는지 매번 확인했다.

그때는 그냥 주양육자가 엄마니까, 엄마가 더 잘 알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결정 하나하나를 매번 고민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일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주양육자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매일, 쉬지 않고, 크고 작은 것까지 전부 혼자 결정한다는 건 — 정말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나는 시킨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었지, 뭘 해야 하는지를 같이 고민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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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04

조금씩

지금은 이런 게 많이 나아졌냐고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도 같이 육아를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이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여전히 묻게 된다.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이 구조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어보기 전에 먼저 생각은 해본다. 옷은 내가 안 물어보고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이 옷과 저 옷 중에 어떤 걸 입힐까, 선택지를 좁혀서 물어본다. 책은 이거 챙기면 될까, 하고 먼저 판단해본다.

여전히 혼자서 결정은 잘 못 하지만, 선택지를 줄이는 것부터라도 기여하고자 한다.

작은 변화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판단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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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05

보이지 않는 힘듦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육아는 더 그런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힘듦보다 보이지 않는 힘듦이 훨씬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눈에 보이지 않는 힘듦에 대해서는 인정해주지도, 심지어 알아채주지도 않는다.

밥을 차려주는 건 보인다. 옷을 입히는 건 보인다. 하지만 뭘 먹일지, 뭘 입힐지, 그 앞단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외롭고, 그래서 더 지친다.

육아에서 진짜 불균형은 '누가 더 많이 했나'가 아니라, 누가 계속 생각하고 조율하고 기억하느냐에서 생긴다.

지금도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대화를 통해서, 육아도 삶도 함께 해나가고 싶다.

 

── ✦ ──

 

RECORD 06

마치며

완벽해질 수는 없다. 갑자기 모든 걸 혼자 결정하게 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한다. 물어보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먼저 생각해보겠다고. 당연하게 넘기던 것들을 의식하겠다고.

그게 기획노동을 나누는 시작이라고 믿는다.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큐이.

 

📓 DAILY RECORD

오늘의 기록

👉 여러분의 가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노동'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걸 느낀 적 있나요?
👉 그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작은 변화가 있나요?
답을 적어도 좋고, 마음속으로만 떠올려도 괜찮아요.

질문을 기록하고,
순간을 쌓아 삶의 밀도를 높입니다.

기록하는 아빠 '큐이'

이 글은 아빠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대화,
Fatrio
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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